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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창고
다독다독123
2025. 5. 2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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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창고에 물건을 쌓는다.
어제의 일은 곰팡내 나는 상자 속에 담기고,
오늘의 감정은 얇은 종이에 싸여 선반 위에 놓인다.
그렇게 시간을 등에 업고
먼지가 쌓인 상자들은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쌓인 물건은 많은데 창고지기는 없다.
시간은 열쇠를 잃어버렸고, 창고의 문은 바람에 삐걱거리며 열렸다 닫혔다 한다.
무엇이 들어오고 무엇이 나가는지 출입증은 필요치 않다. 언제고 문을 열여젖히고 들어오는 게 기억이고, 시간이다.
그렇게 창고에 쌓인 기억들은 도둑맞기도 하고, 일부분은 영원히 잊혀진다.
그 기억의 창고에 쌓인 것들은, 모두 나의 소유.하지만
.
누구의 창고인가. 내 것이라고 말하기엔 낯설고, 타인의 것이라고 하기엔 익숙하다.
창고에 쌓인 물건들은 나를 구성하지만, 내가 만든 것은 아니다. 우연과 필연이 뒤섞여 내게 주어진 것들이다.
그것들은 내 몸을 이루고, 내 생각을 채운다.
오늘 또 하루가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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